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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우장과 가수 박상민

다민족사회

by 망명객 2011. 1. 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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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은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다. 난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젊고 키가 큰 우장의 얼굴에는 아직 소년의 태가 묻어 있다. 아무리 옷차림으로 멋을 내더라도 그의 호기심 또한 소년의 그것과 다름없다. 청년 우장이 소년 우장이던 시절, 그는 고향에서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의 보컬리스트였다. 우장은 늘 무대 위에 서길 희망했고 센터는 우장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해줬다. 센터 생활 1년, 우장에게 보장된 무대는 학습 발표회 무대 두 번이 전부다. 지난 여름에 2AM의 ‘죽어도 못보내’를 부른 우장은 이번 겨울에는 박상민의 ‘울지마요’를 불렀다.

 

센터 발표회가 끝날 무렵, 사회자가 다시 우장을 언급했다. 우장의 노래를 듣기 위해 가수 박상민 씨가 발표회 현장을 찾아왔다고. 객석이 술렁거렸다. 무대 옆 통로를 통해 선글라스에 수염을 기른 가수 박상민 씨가 무대 위로 나타났다. 객석은 동요했다. 첫곡을 마친 박상민 씨가 이야기를 꺼냈다. 우장이란 친구가 자기 노래를 부른다기에 얼마나 잘 부르는지 확인하러 왔다고. 뜻 깊은 자리라는 사실을 알고 부러 현장을 찾았다고. 무대 조정실에서 발표회 프로그램을 모두 봤다며 앞으로 다문화 관련 행사장을 찾아 좋은 일 하겠다고.


프로그램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던 나도 몰랐던 깜짝 이벤트는 우장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우장뿐만 아니라 객석에 자리한 자원봉사자와 이주민 모두가 감동했다. 내빈으로 참석한 성동구청장이 즉석에서 박상민 씨에게 악수를 청했다. ‘청바지 아가씨’ 반주가 스피커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객석의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흥을 못이긴 일부가 무대 앞에서 춤판을 벌였다. 무대 위 스타를 배경 삼아 자신의 사진을 남기는 소심한 이들에게 박상민 씨가 적극 다가갔다. 노래 중간중간 그는 이주민들과 어깨 걸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무대 앞으로 향하는 이주민의 수가 더 늘었다. 모두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어 실력 정도는 개의치 아니한 ‘청바지 아가씨’가 강당 안을 채웠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박상민 씨는 한참 동안 이주민들의 사진 요청을 받아줘야 했다. 앵콜곡까지 모두 세 곡을 마친 박상민 씨는 발표회 마무리 단체사진 촬영에도 함께했다.

 





한파가 전국을 얼려버린 일요일, 성동청소년수련관 강당은 열광과 감동으로 뜨거웠다. 적은 예산으로 대형 스타를 부르는 건 애시당초 무리다. 난 박상민 씨가 받았을 사례금 내역을 알지 못한다. 자진 출연으로 그가 받았을 사례금은 여타 무대에서 받는 사례에 비하면 무보수에 가까운 금액이었거나 정말 무보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역만리 한국의 어느 공장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청년 우장에게 준 선물은 감히 돈이 감당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발표회가 모두 끝났다.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평가를 겸한 이른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물론 2차는 노래방이다. 가수 박상민의 노래를 불렀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우린 앞으로도 그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이주민들의 카메라와 휴대전화기에 담겨진 박상민 씨의 사진과 동영상이 페이스북 담벼락에 오르기 시작했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이 댓글을 달고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한국 가수 박상민의 노래가 인도네시아로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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