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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 신문사, 속 빈 '강정'

뉴스가 있는 풍경

by 망명객 2011. 8. 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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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까말', 놀랐다. 신문사는 기껏 인터넷언론사를 포함해봤자 10개가 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제주지역 언론사가 신문사와 인터넷언론사, 주간지를 합쳐 30종에 육박한다. 지역인구 58만. 0-9세와 90세 이상을 제외하면 제주인구는 겨우 50만을 넘는 수준에 비한다면 과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포털과 언론사 간 전제료를 둘러싼 논쟁에서 인터넷 시대 도래 이후 뉴스 공급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치는 포털의 방어논리였다. 지역 언론계 현실도 중앙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지난 10년 사이, 내가 실물을 보고 자란 신문사 세 곳 외에도 두 곳이 새로 창간됐고 인터넷언론사만 17개사가 탄생했다. 그만큼 의견의 다양성이 늘어났다면 다행일 터. 사실, 지역 언론사 난립이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의 추천사이트 목록. 다종다양한 언론사들이 지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터. 목록 관리가 엉성하다. 특이한 점은 '오마이뉴스'는 보이지 않더라도 '딴지일보'는 패러디신문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는 사실. 도청이 깊숙하게 '똥침' 한방 맞았나 보다.>


강정마을 사안을 두고 서귀포 경찰서장 경질 문제가 터져나왔을 당시 제주 지역 언론사의 논조가 궁금했다. 조선일보가 발빠르게 사설을 동원하는 기민함을 보여줬다면 지역 소스가 있을 것이란 순진한 믿음 때문이었다. 결론을 미리 밝히자면, 그런 건 없었다. 지역 신문사는 강정 사안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다. 

8월 14일 경찰청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3개 중대, 경기경찰청 여경 기동대 320여명 제주 파견

8월 24일 해군기지 공사현장 대형 크레인 작업 실시 시위대 경찰 충돌

8월 25일 경찰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 3명 구속영장 신청/ 서귀포경찰서장 경질


전국민의 시선이 서울시 무상급식 선거에 쏠려 있던 24일, 강정에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그 다음날, 미온적 대처를 빌미로 서귀포경찰서장이 경질됐고, 애초 주민측과의 협의와 달리 마을회장 등 3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26일, 지상파 방송사와 각 종합신문사들이 이 사안을 상세히 다룬다. 

제주 지역 언론사? 매체 형태별로 강정 사안을 다루는 태도가 나뉜다. 다음은 27일 새벽에 지역 언론사 인터넷판을 캡쳐해둔 화면이다. 가타부타 설명도 필요 없다. 한 번 쓱 훑어보면 알지.


<신문사> 창간일 순 배열


해방 후 전국 지방지 1호 '제주민보'가 모태인 제주일보다. 역시 지역 1등 신문답게 '벌초 행렬 절정' 사안이 헤드라인이다. 강정 사안에 대해 '검,경, 강정마을사건 엄정 대처'하겠다는 메인 기사와 "해군기지 치안 문제 해결 최선"과 '제주대생들, 강정마을 법률봉사'를 서브 기사로 배치하고 있다. 

(부연)사주 가족께서는 지역 내 대학, 종합병원과 연관이 깊다. '섬'이라는 특성 상 중앙 종합신문 인쇄대행 등 다양한 경로로 돈을 좀 버셨다. 한 때는 전국 최초로 CTS 체계를 갖춘 최첨단 신문사였다. 최근 경영 상황은 좋지 아니하다. 제주일보는 기존 신문사 건물을 팔고 시외곽 지역에 신사옥을 지으시곤 '종합 멀티미디어 그룹'을 선포했다. 종편 4사의 제주지역 파트너다. 


해군기지 문제는 '핫 이슈'로 우측 하단에 위치한다. 도내 11개 기업과 단체협약을 맺은 도정 소식 "사회적 기업 우리가 돕겠습니다"가 메인 기사다. 

(부연) 5공 끝나고 전국에서 언론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때 탄생한 신문사다. 90년대 초반 노사분규로 시끄러웠던 기억이 떠오르는군.


세계 7대 자연경관 타령이다. 역량을 재집결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역량 결집이 필요하단다. 

(부연) 1990년, 제주일보 내에서 노조 만들겠다고 싸우다가 쫓겨난 인사들이 만든 신문사다. 어릴 때 이 신문 보면 '빨갱이'된다고 어른들이 이야기했던 걸 들은 적이 있다. 도민주 형태로 재원을 모아 발간한 신문사로, 종합지로 따지면 제주의 '한겨레' 정도 되시겠다. 도내 신문사 중 4.3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최초의 신문사다. '4.3 특별 취재반'이 없었다면 4.3의 역사는 그냥 묻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문사의 변신은 무죄? <하단 참고 링크글 참조>


"부부, 어려울수록 힘 합친"단다. 강정마을? 그런 건 없다. 하긴, 부부가 힘을 합쳐야 동네 사람들도 힘을 합칠 수 있는 법이다. 지능형 편집국을 갖춘 신문사가 아닐까?
 
(부연)제주매일? 알암수과? 모르맨 마씸~


신문사 인터넷판 중 최초로 강정 사안을 메인에 올린 신문사다. 


(부연)도민일보 역시 잘 모르는 신문사다. 하단 '참고'로 링크한 '제민일보를 떠나며'의 맨 하단에 적시된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것"이며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기자다운 기자,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기 위한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을 것"이란 약속의 이행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싶다. 



<인터넷언론사>
















대다수의 인터넷신문사가 강정 해군기지 사안을 메인으로 다루고 있다. 내용과 의도야 양 극단으로 나뉘겠지만, 이번 사안이 지역에서 가장 큰 갈등 요인이란 점은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관광신문조차 이번 사안을 메인 기사로 다루고 있다. 

자,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신문사와 인터넷언론사의 차이점의 원인 정도 되시겠다. 뻔하다. 금전 문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발행 경비와 운영비인 광고비의 문제. 관공서를 제외하곤 광고 물량을 수주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점? 신규 언론사 출현에 따른 수지 악화 문제도 있을 터.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왕적?-아버지 표현-"인 도정에 대한 견제보단 대통령이 공언한 '공생'이 관과 신문사가 추구하는 가치라는 점 정도를 언급할 수 있겠다. 

덧1. 지역 언론시장 환경은 레드오션. 그러나 틈새시장은 있다. 바로 맨 위에 언급했던 '패러디신문' 분야다. "지사님은 절대 경 헐 사람 아니(지사님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정도를 사시로 삼고 덤벼든다면 희망은 있다. 궨당들한테 욕 들어먹을 게 겁날 수도 있다. 걱정하지 마라. 똘짓에 따르는 비난은 한두 번일 뿐이다. 그냥 그런 사람으로 찍히고 나면 오히려 더 편한 곳이 지역사회다. 이제 할머니는 더 이상 내게 "장가 가라"는 잔소리를 안 한다. 할머니의 변화가 궁금해서 되물었더니 답이 걸작이다. "나 입만 아프주!"  꾸준히 간다면 욕이나 잔소리 정도는 아무 문제가 아니다. 




<참고>
제민일보를 떠나며
<제주도민일보>가 1면에 ‘백지광고’를 낸 사연
언론ㆍ의회 유착?…제주도의회, 언론사 지원예산 대거 증액
"언론사 행사 지원금은 부르는게 값인가?"
"난립 인터넷신문, '웹 2.0'에서 활로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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