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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의 수해

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11. 7. 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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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진다. 삼라만상을 쓸어버릴 태세다. 골목길도 예외는 아니다. 빗줄기가 창 안의 안온함을 위협한다.

고막을 긁는 길냥이들의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폭우 속에서 길냥이들의 새벽 시위는 유효했다. 아직 방 안은 주변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둡다. 음역 낮은 빗줄기 사이에서 날카로운 고양이의 울음들은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직장인의 복잡한 심사를 닮았다.

그들은 이 비를 피하고 있을까? 고막을 긁어대는 묘(猫)한 울음은 필시 수해 구조요청은 아니었을까? 시선은 창밖을 향하지만, 손쉽게 눈에 띌 녀석들이 아니다. 내 의지와 무관한 게 그들의 습속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개체수는 82,568마리다.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 384곳의 자료를 집계한 내용이다. 결코 적지 않다. 보호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할 개체 수는 가늠조차 힘들다. 유기 고양이는 32,602마리였다. 분양이나 기증의 형태로 새 가족을 찾은 고양이도 있고 생명의 의지와 달리 안락사를 당한 고양이도 있다. 15,026마리는 중성화 수술 후 다시 길냥이로 돌아왔다.(참고 :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골목길을 점령한 비에 얹혀진 길냥이의 울음은 사위가 밝아오면서 멎었다. 도시인들은 우산으로 제 하늘을 가린 채 나라 잃은 유민처럼 출근길과 등굣길을 향해 잰 발걸음을 놀릴다.

추적거리는 풍경이 창에 걸렸을 땐 따뜻한 커피가 제격이다. 커피가 보이질 않는다. 지난 겨울에 복용하다 남은 초콜릿이 커피의 자리를 대신한다. 반려동물 치료비에 부가세를 들이대는 세상이다. 장마 기간, 길냥이들의 안전을 기도한다.


꼬랑지 - 음습한 나를 위해선 음악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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